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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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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를 다녀왔다.

이를 뽑고 봉한 자리를 매우는데 든 실밥과 살점은

내가 마신 술이 아니었다면 잘 아물어

붓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치료에 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려운 상태에서 핀셋을 쥐고 실의 끝자락을

매몰차게 뽑아버린 치과 의사의 눈을 피하고

천장을 쳐다보며 애써 두려운 내색이 없도록

매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고 치료에 임했다.


실밥을 풀고, 다른 충치를 치료 하길래

그러려니 했다.


근데 탁본을 뜬다기에 조금 의아했지만

또, 그러려니 했다.


치료가 끝나고 카드를 내밀자

지금에 와서는 생각도 나지 않는

말들을 하고선 "할부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정말 누구 말처럼 이러~고 있다.


그 중에서 기억이 나는 건 계산을 하기 전

충치 자리에 덧씌울 금니를 보이며

"이렇게 될 거에요. 할부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는 것 뿐...


나는 이에


나:그럼 방금 윗니 치료한 곳이 금니를 바르기 위한 치료였나요?

간(간호사, 이하 간):네.

나:오늘 금니를 바르기 위한 치료를 한다고 말씀 하셨나요?

갑자기 할부 얘기가 뜬금없이 나오니까 당황스럽네요.

간:9일 제가 말씀 드렸는데 기억이 안나시나봐요(문장이지만 간호사는 친절 한 어투로 대했다.). 저희가 금니 치료 들어 갈 거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나:저는 토요일 (토요일이 9일인지를 모른다.) 에 와서 충치 치료해주신 부위가 걸리적거리니 뾰족한 부분을 다시 치료 해 달라고 말씀 드렸고, 또 치료 해 주셨고, 그 때 제가 여쭈어봤던 부분은 왼쪽 윗 어금니가 아니라, 오른쪽 윗 어금니의 임플란트를 말씀드린건데, 그렇게 말씀하셨었다니 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간호사가 그렇게 말한 것도 같다.)

간:제가 9일에 말씀을 드렸었는데 기억이 안나시나봐요... (중략)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오늘 치료하신 부분은 금니를 덧씌우기 위한 치료였으니, (식사를 위한 치료라고 해야될까 아무튼 굉장히 이를 많이 깍았다. 거울로보니 가관.) 다시 치료를 해드릴게요.

나:네.

간:(의사한테 들어가 무언가 말을 한다.) 선생님 환자분 치료요. (그러더니 1분 뒤에 그 방에서 나온다. 사실 간단한 치료는 이 간호사가 해주었고, 충치 탁본을 뜬 것도 이 간호사였다.) 저희한테 연락을 주시고 이 상태로 치료를 다시 하시게 되면 이중으로 환자분께서도 힘드시니까 저희한테 연락을 주시고 다시 방문 (부모님과 상의한다고 둘러댔다.) 해주시면 그 때 금니를 씌우도록 할게요. 이 상태로 금만 씌우면 되니까 치료는 따로 하지 않지만 음식물을 씹으시면 안됩니다.

나:(눈도 못 마주치며... 사실 치료하면서 간호사의 가슴이 내 머리통에 닿았다. 느낀 것도 느낀 거지만 많이 민망해서 치료하는 간호사를 두고 머리를 반대편으로 슬슬 도망치기까지 했으니까.) 네 그럴게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고 치과를 나왔다.

나오고보니 뭔가 내가 멍청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람도 사람 1,2명을 상대한 게 아닐텐데

그냥 치료를 하고 금니는 부담이 가지 않는 다음달에나

치료를 한다고 할 것을 그랬나보다.


근데 여의치 않은 카드 대금을 여차저차 까발리거나

신세한탄 따위를 병원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존심도 상하고. 씨발.


어쨋든 치과도 의료보험이 되는만큼 이 사람들도

나를 계속해서 끌어들일 필요성이 있는 환자임을 알았는지 어쨌는지

바보같은 난 지금 뾰족한 어금니 부분을 혓바닥으로 느끼고 (??)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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